K리그/K리그 전술분석 19

광주의 ‘선수 보존 법칙’과 대구의 대응책

2023 K리그 7라운드, ‘달빛더비’라고도 일컬어지는 대구FC와 광주FC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광주가 2부리그로 강등을 당한 2021시즌 이후 처음 펼쳐지는 달빛더비였다. 2020시즌 이후를 기준으로 경기당 평균 4.71 골이 나온 달빛더비의 화력은 2023년에도 여전히 뜨거웠다. 총 7득점이라는 대량 득점이 터져나왔는데, 3골차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광주가 후반전 중반부터 대구에게 기세를 완전히 내주면서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결국 후반 막판 극장골로 광주가 4-3 승리를 거두었다는 경기 내용 또한 흥미진진했다. 전반전 광주는 대구에게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승리하였으며 후반전 초중반에 들어서는 3점차 리드까지 잡았기 때문에 광주가 계속해서 대구를 압도하는 원사이드 게임으로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

안익수가 선보인 황의조의 새로운 활용법

2023 K리그를 앞둔 겨울이적시장, FC서울은 그간의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였다. 임상협, 권완규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영입에 매진하였고, 이시영, 박수일 등 활용가치가 높은 FA 상태의 젊은 선수들을 수혈하였으며, 윌리안과 호삼을 영입하면서 아시아 쿼터를 포함한 모든 용병 쿼터를 채우는 등 활발한 이적시장을 보냈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치욕을 씻고 K리그에 복귀하여 재도약을 꾀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황의조 또한 그 일환이었다. 쉽게 폼을 끌어올리지 못한 황의조의 K리그 도전기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유럽 무대 경험을 토대로 경기 중 남다른 공격 센스를 선보이긴 했으나 공격포인트 생산에 있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FC서울 안익수 감독 또한 고민이 많았다..

인천이 부진하는 근본적인 이유

기대와 실망의 상관관계는 미묘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짐으로써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소모될 삶의 원동력을 충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됐을 시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기대감과 동일한, 혹은 더 큰 정도로 되돌아온다. 특히 특정 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경우 실망감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스포츠에 대입해본다면, K리그1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단적인 예시로써 꼽을 수 있다. ‘생존왕‘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인천은 2020 시즌 조성환 감독 부임 이래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동안 어딘가 문제점이 존재했던 스쿼드에 대대적인 개편을 가져갔고, 조성환 ..

광주가 공간을 만드는 방법

축구에서 ‘공간‘은 끊임없는 고찰의 대상이었다. 일정한 규격의 피치 안에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여 공간을 더욱 수월하게 창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축구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른바 ’천재‘ 감독들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해왔다.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현대축구에서 공간은 더욱 많이 만들고 많이 가진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승리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한다. 감독 데뷔 시즌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고, 승격하자마자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이정효 감독의 광주FC는 공간 창출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이 굉장히 높은 팀이다. 그 중심에는 다년 간의 수석..

에르난데스는 ‘제2의 무고사’가 될 수 있을까

K리그는 지난 시즌 발간한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서 2022시즌 전술적으로 가장 뛰어났던 올해의 팀으로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올해의 선수로는 에르난데스를 선정했다. 인천은 조성환 감독 휘하에서 구단 최초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기에 울산 현대가 작년 시즌 전북 현대를 제치고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들이 리그에서 가장 파격적이며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르난데스의 선정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이른바 ‘가짜 9번’이라는 전술적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인천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바로 핵심적인 근거이다. 실제로 인천은 에르난데스를 주축으로 하여 전북을 3년만에 꺾는 등 좋은 기..

인천의 두 도사는 공존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일명 ‘조성환 매직’의 효과로 구단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2023 시즌을 앞둔 겨울 이적시장에서 스쿼드 뎁스를 확충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K리그 최고의 크랙’ 제르소를 낚아채는데 성공하고 유럽 등지에서 활약한 멀티 플레이어 음포쿠를 FA로 영입하는 등 양과 질을 동시에 챙기는 이적시장 행보를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셀 고베 구단주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파검의 피니셔’ 무고사의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되었던 영입은 바로 2022 시즌 포항의 축구도사로 군림하였던 신진호의 입단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지난 시즌에 MVP급 활약을 선보였다는 명성을 생각한다면 다소 저렴한 비용인 ..

<전주성의 기적을 쓴 김기동 감독의 계책>

2021년 10월 20일 한국시간 오후 7시, 전북의 홈 경기장 전주성에서 울산과 포항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동아시아 권역 4강 경기가 치러졌다. ACL 4강 첫 동해안 더비이자 결승행 티켓을 가져갈 승자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 점쳐졌다. 전력상으로 확실한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항 또한 이를 갈고 나왔다. 울산을 꽁꽁 틀어막으며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따낸 것이다. 12년만에 ACL 결승에 오르게 된 포항. 그들은 어떤 식으로 울산을 저지했는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 1.측면 과민화와 방향 전환 신진호와 고영준이 경고 누적으로 인해 결장하자 포항은 중앙 대신 측면을 주요 공격 루트로써 적극 이용했다. 선발 라인업은 4백으로 나섰지만 ..

FC서울이 감독 교체 후 달라진 점

서론 FC서울은 2021 시즌 명예 회복을 노리며 야심찬 투자를 감행했다. 박진섭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힌 서울은 시즌을 앞두고 나상호 등의 거물 선수들을 영입하며 상위 스플릿 및 우승권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지동원 등으로 스쿼드를 보충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치환하려는 악전고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진섭 감독의 서울은 강등권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서울의 보드진은 이 역경에 대한 해결책으로 결국 감독 교체를 선택하게 됐다. 서울이 선택한 소방수는 선문대학교 축구부를 이끌고 있던 안익수 감독이었다.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으로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그의 선수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여러 논란이 있었기에 기대와 우려가 혼재했다. 팬들의 심리는 기대보단 우려 쪽에 힘이 쏠리..

<작전명 Lee-Lee, 울산이 인천에게 승리한 비법은?>

2021년 8월 29일 오후 6시, 울산의 홈그라운드인 울산 문수 겅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1 시즌 K리그 28R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의 결과는 울산의 3:2 승리였다. 울산은 다시 한번 전북과의 승점차를 벌려놓게되며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반면 인천은 3위 도약에는 실패하게되며 패배의 쓴 잔을 마셨으나, 후반전 2골을 바짝 추격하며 아쉬움은 있으나 후회는 없는 한판승부를 치렀다. 울산이 인천보다 전력상 우위에 있는 팀은 사실이지만, 인천은 울산전을 제외한 최근 11경기에서 단 하나의 패배밖에 내주지 않는 파죽지세의 행보를 보이는 이변의 팀이다. 노련한 수비진과 탄탄한 미드진을 바탕으로 굳센 수비 또한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울산이 결과적으로나 경기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