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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선수 보존 법칙’과 대구의 대응책

2023 K리그 7라운드, ‘달빛더비’라고도 일컬어지는 대구FC와 광주FC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광주가 2부리그로 강등을 당한 2021시즌 이후 처음 펼쳐지는 달빛더비였다. 2020시즌 이후를 기준으로 경기당 평균 4.71 골이 나온 달빛더비의 화력은 2023년에도 여전히 뜨거웠다. 총 7득점이라는 대량 득점이 터져나왔는데, 3골차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광주가 후반전 중반부터 대구에게 기세를 완전히 내주면서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결국 후반 막판 극장골로 광주가 4-3 승리를 거두었다는 경기 내용 또한 흥미진진했다. 전반전 광주는 대구에게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승리하였으며 후반전 초중반에 들어서는 3점차 리드까지 잡았기 때문에 광주가 계속해서 대구를 압도하는 원사이드 게임으로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

첼시를 붕괴시킨 브라이튼의 측면 접근법

브라이튼은 20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가장 놀라운 팀을 선정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팀이다. 전 리그를 통틀어 보더라도 브라이튼의 반란과 상승세는 아스톤 빌라, 나폴리 등 이번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여타 팀들과 함께 주목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크랙, ‘미토마’가 있다. 미토마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드리블을 통한 기회 창출에 굉장히 능한데, 주로 측면에 넓게 위치해있지만 터치라인과 맞닿아있는 박스 내부 공간에서 그의 드리블은 진가를 발휘한다. 미토마의 히트맵을 통해 미토마가 어느 공간에서 터치를 가져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왼쪽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부터 박스 내부 공간까지의 터치 빈도가 굉장히 잦다. 해당 공간에서의 드리블 성공률이 54%로 높은 편에..

펩이 맨시티의 수적 우위를 만든 방법

21세기 축구 전술 혁명의 중심이 된 두 혁명가, 펩 과르디올라와 토마스 투헬이 각각 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으로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지략 대결을 펼쳤다. 투헬은 리그에서 다소 부진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챔스 토너먼트에서만큼은 파리 생제르망을 제압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간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대체자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트레블’이라는 구단의 궁극적 목표에 부응해야 한다는, 펩은 맨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감독 커리어의 유일한 오점으로 평가 받는 챔스 징크스를 극복해내야 한다는 각각의 부담을 짊어진 채 경기에 돌입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길에 나선 바이언은 맨시티의 측면을 공략하고자 했다. 빌드업 국면에서 바이언은 알폰소 데이비스를 왼쪽 측면 높은 지점에 배치하고 파바르를 후방 빌드..

안익수가 선보인 황의조의 새로운 활용법

2023 K리그를 앞둔 겨울이적시장, FC서울은 그간의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였다. 임상협, 권완규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영입에 매진하였고, 이시영, 박수일 등 활용가치가 높은 FA 상태의 젊은 선수들을 수혈하였으며, 윌리안과 호삼을 영입하면서 아시아 쿼터를 포함한 모든 용병 쿼터를 채우는 등 활발한 이적시장을 보냈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치욕을 씻고 K리그에 복귀하여 재도약을 꾀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황의조 또한 그 일환이었다. 쉽게 폼을 끌어올리지 못한 황의조의 K리그 도전기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유럽 무대 경험을 토대로 경기 중 남다른 공격 센스를 선보이긴 했으나 공격포인트 생산에 있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FC서울 안익수 감독 또한 고민이 많았다..

인천이 부진하는 근본적인 이유

기대와 실망의 상관관계는 미묘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에 대해 기대감을 가짐으로써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소모될 삶의 원동력을 충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됐을 시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기대감과 동일한, 혹은 더 큰 정도로 되돌아온다. 특히 특정 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경우 실망감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스포츠에 대입해본다면, K리그1의 인천 유나이티드를 단적인 예시로써 꼽을 수 있다. ‘생존왕‘이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다닌 인천은 2020 시즌 조성환 감독 부임 이래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동안 어딘가 문제점이 존재했던 스쿼드에 대대적인 개편을 가져갔고, 조성환 ..

비운의 천재가 몰락한 왕가를 재건한 방법

2018 러시아 월드컵,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의 벨기에는 ‘황금세대’라는 칭호를 받은 채 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을 시작했다. 한 층 높아진 기대감은 부담감이라는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브라질, 잉글랜드를 꺾고 3위라는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역대로 보면 다소 빈약할 수 있지만, 당시 벨기에는 가장 경쟁력 있는 한 팀으로 성장해 당당히 피파랭킹 1위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4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또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된 벨기에의 선발 라인업에 변화는 거의 없었다. 평균 나이 34살의 노장 베르통언-알더베이럴트로 구성된 수비라인이 여전히 벨기에의 최후방을 보호했으며, 주장 아자르와 해결사 루카쿠는 2018년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

차세대 아자르는 어떻게 아스날을 반전시켰나

4년차에 접어든 아르테타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벵거 감독 사임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아스날은 순탄할 것만 같았던 월드컵 브레이크 기간에 예기치 못한 악재를 겪게 된다. 아스날이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인 가브리엘 제주스가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장기 부상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제주스는 2022/23 시즌을 앞둔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르테타 감독의 선택을 받으며 진첸코와 함께 아스날에 영입되었고, 둘은 ‘맨시티 듀오’로 불리며 아스날을 리그 선두로 견인하였다. 제주스의 장기 이탈이 확정된 상황에서 월드컵 브레이크 이전에 보였던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야만 했던 아스날에게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그간 로테이션 멤버 역할을 수행해온 은케티아가 제주스의 대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지만, 아직..

광주가 공간을 만드는 방법

축구에서 ‘공간‘은 끊임없는 고찰의 대상이었다. 일정한 규격의 피치 안에서 어떻게 하면 한정된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상대의 빈틈을 공략하여 공간을 더욱 수월하게 창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축구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른바 ’천재‘ 감독들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해왔다.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현대축구에서 공간은 더욱 많이 만들고 많이 가진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승리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한다. 감독 데뷔 시즌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고, 승격하자마자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이정효 감독의 광주FC는 공간 창출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이 굉장히 높은 팀이다. 그 중심에는 다년 간의 수석..

아스날은 어떻게 다시 왕좌에 도전할 수 있었는가

축구는 여러 세대에 걸쳐 꾸준히 발전해왔다. 특히 팀의 승리 공식과도 같은 전술에 대한 연구와 고찰은 더욱 활발하고 꾸준하게 행해졌으며 현재에도 전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사상이 담긴 어록을 엮어 ‘논어’를 펴냈듯이, 리누스 미헬스가 처음으로 제안한 ‘토탈 풋볼’이라는 개념을 미헬스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그의 제자들이 체계화시키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결국 토탈 풋볼은 현대 축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토탈 풋볼의 정착과 더불어 각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제시된 개념들은 이미 셀 수 없을만큼 그 수가 많아졌고, 이 모든 개념이 적절히 조화된 결과물인 현대 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장된 시각이 요구되고 현존하는 거의 모든 학업 분야를 고..

에르난데스는 ‘제2의 무고사’가 될 수 있을까

K리그는 지난 시즌 발간한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서 2022시즌 전술적으로 가장 뛰어났던 올해의 팀으로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올해의 선수로는 에르난데스를 선정했다. 인천은 조성환 감독 휘하에서 구단 최초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기에 울산 현대가 작년 시즌 전북 현대를 제치고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들이 리그에서 가장 파격적이며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었다고 하더라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에르난데스의 선정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이른바 ‘가짜 9번’이라는 전술적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인천의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바로 핵심적인 근거이다. 실제로 인천은 에르난데스를 주축으로 하여 전북을 3년만에 꺾는 등 좋은 기..